숨겨진 맛집과 요리 고수를 찾는 일은 언제 생각해도 짜릿하다.
때로는 너무 숨겨져 있어서 진가를 많은 사람들이 몰라주는 거 같아서, 그 식당이 문을 닫을까 봐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종도 하늘도시에 있는 '식탁엔구이'가 딱 그런 식당이다.
반쪽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생선구이, 특히 고등어구이의 매력에 빠진 나.
예전엔 그렇게 생선구이를 찾아서 사먹을 정도로는 좋아하지 않았고, 집에서 가끔 건강에 좋으니 챙겨 먹으라는 어머니의 강요(?)를 받으며 겨우 먹곤 했는데, 그런 생선구이를 돈 주고 찾아서 사 먹게 만든 나의 반쪽이.
생선구이도 식당에서 사먹다보니, 그 굽는 기술에 따라 느껴지는 맛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느끼게 됐다.
왠지 건강을 챙겨야할 것 같다고 느끼거나, 고기 단백질이 과하다고 느껴질 때 생선구이를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래서 돌아다가 직관적으로 생선구이집인 걸 알게 된 식탁엔구이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생선구이가 당긴 날 찾아갔다.
이 식당도 프랜차이즈인 것 같다. 검색해보고 알았다.
나와 반쪽이 둘다 식탁엔구이를 방문하고 너무 맛있는 음식에 만족했다. 반쪽이는 쉬는 날 혼자서도 두세 번을 연속으로 더 갈 정도였으니, 얼마나 우리가 맛있게 먹었는지 알 수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동네에 숨어있던 고수의 식당을 발견한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화덕이 보인다.
구이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화덕에서 벌써 음식의 퀄리티에 대해 기대가 된다.
화덕이 있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굽는 요리에는 화덕이 최상의 맛을 내는 것 같다.
가게 분위기도 독특해서 개성이 강한 요리 장인이 운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으로 보이는 고등어 구이의 그림을 보니, 재밌으면서도 고등어 구이가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
들어가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인데, 혼밥 하기도 딱 좋은 분위기로 부담스럽지 않게 좌석이 배열되어 있다. 오픈주방은 아니지만 바 형식으로 되어있는 좌석이 있고(커튼으로 주방 쪽이 막혀있다.) 마주 보는 테이블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으로 보니, 약간 일본의 선술집 같은 느낌이다. 직접 가보진 않았으나, 일본 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
몽환적인 느낌의 오로라와 별 조명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게에 있는 소품들도 사장님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사서 모으신 듯한 특별한 것들이 많아서, 구석구석 그런 특이하고 재밌는 소품들을 찾는 것도 좋았다.
귀여운 피규어들도 곳곳에 있었고, 신기하게 공중에 떠서 돌아가는 돌인형도 있었고, 그림자를 이용해 멋지게 날개를 표현한 벽 그림도 있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그런 신기하고 재밌는 소품들을 함께 구경하면서 반쪽이와 얘기 나누는 시간마저도 소소하고 행복했다.
노가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테이블메뉴.
왕노가리는 이 테이블 메뉴를 접한 첫날 꼭 먹어봐야지 하고 마음속 예약을 했던 메뉴라 이미 먹어봤다. 심지어 이거 포장해서 간 날 못 먹고 다음 날 저녁에야 맛을 봤음에도 바삭함과 촉촉함이 살아 있어서 신기했고, 너무 맛있어서 계속 입에 들어갈 정도였다. 같이 주는 소스도 감칠맛을 더해서 진짜 앉은자리에서 하나 다 먹을 수 있다. 맥주랑 함께 먹으면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앉은 자리 앞에 보이는 렌코쿠 피규어는 우리 반쪽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캐릭터여서 반쪽이가 좋아하면서 구경했는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편안하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간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소품과 공간까지 제공한 사장님. 정말 감사하다.
우리의 주종목인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도 정갈한 구이 정식 차림을 보고 우아우아하면서 감탄을 했고, 한입씩 먹을 때마다, 입 안에는 축제가 벌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방문에도 그랬다. 고등어가 이렇게나 맛있을 일인가.
나는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고등어의 살이 사라져 가는 속도가 아쉬울 정도였다.
얇고 바삭한 겉면이 바삭하게 씹히면서 촉촉한 생선살이 쫄깃하다가 혀에서 녹아 없어지는데, 생선에도 육즙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밥도 고봉밥을 담아주시는데, 약간 진듯한 밥을 안좋아하는 내 반쪽이가 밥까지 맛있다며 한 공기를 싹싹 비울 정도로 먹었다.
밥이 맛있는 집은 다른 음식도 다 맛있다는 가설의 증명.
날이 추워서 뜨끈한 국물 메뉴가 생각났기에, 오뎅골뱅이탕을 시켰다.
백골뱅이는 그 자체로도 구수하고 우동국물같은 맛을 내는데, 거기에 어묵을 더하니 국물의 감칠맛이 극대화 돼서 더욱 맛있었다.
어묵과 골뱅이의 맛이 가득 담긴 탕은 전체적인 밸런스가 너무 좋아서 수시로 떠먹고 남김없이 먹을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운 점은 골뱅이가 덜 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조금 더 오랜 시간 팔팔 끓여서 골뱅이가 조금 더 말랑하게 익었다면 완벽했을 거 같았다.
골뱅이 식감이 덜 익은듯 꼬독하고 국물이 생각보다 많이 뜨겁지 않아서 기대한 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더 끓여달라고 사장님께 요청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배가 고파서 먹는데 집중하느라 그럴 생각을 못했다.
그럼에도, 또 찾게 될 것 같은 맛이었다. 다음에 주문하면 길게 푹 끓여달라고 해야지.
화덕에서 구워져서 최상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고등어를 밥에 얹어서 같이 먹고, 거기에 뜨끈하고 구수~한 골뱅이탕을 한 스푼 떠서 먹으면, 이런 게 진정한 삶의 행복이구나 느껴지는 맛이었다.
거기에 입가심으로 시원한 맥주(맥주도 이상하게 더 맛있게 느껴졌다.)를 한잔 딱 하고 나면,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체샷 한 번 찍어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
골뱅이탕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나면서, 빨리 떠먹으라고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 식당은 정말 우리와 길게 함께 가야한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 약간은 기다려도 좋으니까 손님들이 매번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포장이라도 해 먹음 되니깐!
하늘도시의 숨은 구이 고수를 찾아내서 굉장히 뿌듯한 날이었다.
생선구이가 당기는 날, 꼭 식탁엔구이 방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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