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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하늘도시에서 신림동 백순대를 맛보다 ㅡ 신림동백순대

민트구름 2023. 12. 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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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추억의 음식이 하나쯤은 있다.

나의 경우에는 대학생 때, 친구가 맛있다고 끌고 간 신림동 백순대가 그런 음식 중 하나인데,

신림동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많이 멀었음에도, 백순대를 한 번 먹은 후에 그 맛을 못 잊어서 몇 번을 연달아 갔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먹던 순대볶음과는 전혀 다른 맛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 백순대의 독특한 소스 맛에 반해 주변 지인, 친구들을 참 많이 끌고 가서 먹곤 했다. 처음 백순대를 먹어보는 친구들이 맛있어서 감탄하는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면서 즐거웠던 나.

 

그러고는 다른 맛있는 음식들이 물밀듯 밀려와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밤에 반쪽이와 산책을 하던 중(먹을 거 찾으려고 산책을 자주하는 커플), 하늘도시에 백순대집이 생긴 걸 보고 다시금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이름도 '신림동 백순대'라니, 옛 친구를 오랫만에 만난 것처럼 너무나 반가웠다.

식당 이름도 무슨 메뉴를 주력해서 파는지 딱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이지 않은가.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들어간 나와 반쪽이. 저녁식사 시간이 다돼서 배가 많이 고팠다. 메뉴 고민 없이 이렇게 딱 정해서 들어와서 좋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밖에 웨이팅 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웨이팅 팀이 3팀 정도 있었다.

그래서 웨이팅 명단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 순서가 오면, 연락을 준다고 했다.

새로 생긴지 얼마 안 된 식당 같아 보였는데, 벌써 웨이팅이 있다니. 영종도에서 발견한 추억의 음식으로 나처럼 추억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이제 보니, 레트로한 갬성의 입구.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카스 맥주를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은 이미지다.

옛날에 많이 보던 알록달록한 조명도 재밌었다.

가게 전체 분위기. 

약간 포장마차 느낌도 들었고, 좌석의 구조가 편해 보였는데, 막상 앉아보니 약간 답답했다.

우리는 입구 쪽에 앉아서 분위기가 조금 덜 살았지만, 네모난 틀 안에 앉으면 왠지 더 아늑한 느낌을 갖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는 순대 및 곱창볶음이 메인이었고, 사이드로 순댓국도 있다. 세트메뉴도 있어서, 처음 방문한 경우에는 세트메뉴로 다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메뉴를 골라 키오스크로 자리에서 주문하는 방식.

우리는 처음 방문했기 때문에, 세트메뉴로 2인 세트를 시켰다. 세트 메뉴여서 볶음밥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둘이 고민하다가 옆 테이블에 나오는 어마무시한 순대볶음의 양을 보고는 볶음밥은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세트메뉴에는 순댓국이 나왔다. 날이 굉장히 추워서, 정말 필수로 국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느꼈는데, 순댓국을 같이 선택한 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본 반찬이 나왔는데, 깻잎에 싸 먹을 수 있도록 깻잎이 나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백순대볶음의 맛은 유난히 깻잎과 잘 어울린다. 집에서 백순대 볶음이 땡겨서 직접 해먹을 때도 있었는데(이 정도면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인 건데?), 나는 볶음에 깻잎을 잘라서 넣기도 했다.

작은 순댓국이 보글보글 끓으며 나왔는데, 국물이 사골 국물처럼 진하면서도 깔끔해서 맛있었다.

순댓국은 맛있는 집이 워낙 많아서 별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구수함을 지닌 순댓국을 먹으니, 순대볶음이 더욱 기대됐다. 순대국을 먹으면서 꽁꽁 얼은 몸을 녹이고 있을 때,

드디어 나온 백순대 볶음.

그리고 그 혜자로운 양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냄새도 좋았고, 각종 재료들이 다채롭게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다.

다만 왜 순대가 검은색인가 의아했다. 이름은 백순대면서 왜 검은 순대를 넣으신 거지?

백순대에는 당면만 들어가 있지 않고, 아바이순대처럼 여러 재료와 찹쌀이 들어간 비주얼이었던 것 같은데, 순대에 약간 실망을 했다. 찹쌀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원조 신림동 백순대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맛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먹어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양념의 맛도 내가 기대했던 신림동에 먹은 백순대의 소스와 딱 똑같다고 볼 수는 없었다. ("백순대가 아니라 순대볶음집으로 이름을 지으셨어야죠 사장님"하고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백순대볶음을 먹어본 적 없는 반쪽이에게 꼭 맛보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백순대와 전혀 다른 순대볶음을 신림동 백순대볶음의 첫 경험으로 하는 게 속상했다. 

그래도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어서 구성이 정말 알찼다. 전반적으로 구수한 들깻가루의 맛 베이스에 여러 야채와 곱창까지 있어서, 쫄깃하다가 아삭하다가 식감의 파티 같은 느낌이 좋았다.

 

이렇게 백순대 볶음을 사장님 마음대로 창조하실 거였다면 차라리 순대도 백순대랑 검은 순대를 섞어서 볶아주시든가 아니면 매운맛과 안 매운맛으로 소스를 나눠서 선택권을 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충분하게 주는 양과 여러 재료가 싱싱해서 그나마 실망한 마음이 풀렸던 것 같다.  

 

처음에는 쫄깃하고 면발이 두꺼운 당면이 맛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간 딱딱해지고, 불을 끄면 더 딱딱해져서 최대한  당면부터 빨리 먼저 먹을 것을 추천한다.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볶음밥까지 먹기에는 순대볶음만 해도 배가 터지고도 남는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백순대 볶음을 경험했다.

꼬들한 식감과 함께 맥주를 한잔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둘이서는 그러면 더 많이 남길 수밖에 없는 양.

 

엄청 기대를 해서인지, 신림동 백순대의 추억이 모두 살아나기보다는  반 정도 살아나는 맛이었지만, 양도 많고 식감이 재밌었던 곳이었다. 가끔 꼬들 쫄깃한 순대볶음을 먹고 싶을 때,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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