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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소개 Restaurants

영종도에서 칼국수 장인을 만나다 ㅡ 또가세 칼국수

민트구름 2023. 12. 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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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어떤 메뉴를 먹을지 선택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음식 메뉴가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배달앱을 켜거나 갈 음식점을 고를 때 결정장애가 와서 시간 낭비를 많이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피곤하기까지 함.
 
그래서인지 음식점 중에 한 두 가지 메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한 집을 보면, 왠지 맛이 보장되어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장인의 손길로 한 길만 우직하게 갔을 듯한 그런 집. 영종도에도 그런 집이 있다는 걸 우연히 발견하게 돼서 바로 방문했다.
칼국수 장인의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또가세 칼국수'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식당인지 모를 거 같은데 일반적인 식당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식점 외관부터 굉장히 예스러운 갬성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는 늘 숨은 고수가 있는 법.

점심때가 많이 지난 시간이었는데, 음식점의 손님들 차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앞에 차들이 정말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갑자기 하늘도 사진 맛집으로 찍혀서 더욱 장엄한 느낌.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건
해가 강렬하게 떠 있고, 약간은 허름해보이지만 느낌이 있는 컨테이너 건물 앞에 고급차가 있기 때문일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남다른 맛집 포스가 느껴지는 외관이다.
옛날 영화의 한장면처럼 정겹고 멋진 사진이 담겼다.
예전에는 음식점마다 보이던 자판기 커피도 보여서 반가웠다. 맛있게 칼국수 식사 후 내돈내산해서 마실 수 있다. 

음식점 곳곳에서 사장님의 위트가 느껴졌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휴일도 화이트보드에 적어두셨다. 
모든 것들이 과거의 나를 잠시 만날 기회를 주었는데,
특히 칠판은 심심하면 뭔가를 썼다가 지우기도 많이 했고, 친구들과 소통의 아날로그식 소품으로 많이 쓰이곤 했다.

이런 비닐 문이 식당의 입구이다. 
늠름한 내 반쪽이의 뒷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는 나.(쓰고 보니 조금 이상하지만 팔불출 맞다.)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이 어디선가 본 듯하고 내가 어렸을 적 많이 봤던 풍경이라  더 따뜻하고 좋다.

운치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이 몇 개 보였는데 멋을 아는 분들에 의해서 이미 만석이었다. 
비가 오는 날 이곳에서 칼국수를 먹으면 좀 더 운치를 즐기면서 맛있게 느껴질 거 같았다.
왠지 투둑투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가깝게 들릴 듯한 자리.

넓지 않은 듯한 공간에 비해 좌석수는 많은 편이다. 
메뉴는 딱 칼국수와 팥죽 두가지여서, 앉으면서 사장님께 주문하면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주방 아주머니가 쳐다보실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직접 주문을 했다. 

명함을 저렇게 전시해두어서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손님들이 다녀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익살맞게도 화이트보드에는 남자분이 셀프코너에서 담아가라고 쓰여있었다.
사장님의 장난끼가 곳곳에 써있는 멘트에서 많이 느껴지는 식당이다.

김치는 익은 김치와 안 익은 김치를 담아서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묵은지의 향이 깔끔하게 나면서도 신 맛이 과하지 않았던, 익은 김치가 칼국수랑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맛에는 익은 김치가 안 익은 김치보다 더 맛있었다. 
그래서 익은 김치는 한 번 더 담아와서 먹었다.

칼국수 크기가 정말 세수대야만큼 컸다.
국수 자체에는 엄청난 기교가 들어가 있진 않지만, 면이 굉장히 독특했다.
얇고 넓적한 면은 식감이 똑똑 끊어지면서도 잘근잘근 씹기 편했고, 국물은 딱 적당한 간에 깔끔하면서 맛있었다.
식사하는 곳에 국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는데, 소화가 잘되는 글루텐이 없는 밀가루에 해초물을 우려내서 반죽한 면이라고 했다. 
역시 숨은 고수라고 느껴질 만하다. 이미 굉장히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기는 했지만.(나한테만 숨어 있던 고수)
밀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나인데 칼국수 면을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손크기와 국수크기 비교샷.
양이 정말 많았음에도, 곱빼기가 먹고 싶을 정도로 금방 다 먹었다.
부담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맛이 슴슴하면서도 간이 적당하게 잘 되어있어서 원래도 맛있었지만, 옆에 눈에 띄는 다진 양념.
다진 양념은 굉장히 정성이 들어간 듯 보였다. 다른 식당의 다진 양념과는 뭔가 색깔이나 느낌이 특별하게 달라 보여서 국수의 반정도는 그냥 먹고 반이 남았을 때, 다진 양념을 넣었다.

역시 나는 자칭 맛잘알.
다대기를 넣으니 얼큰하면서도 양념맛이 입맛을 자극하면서 독특한 향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거북한 그런 향이 아니라 맛있는 향이었다. 
감칠맛이 더해진 국수의 국물까지 후룩 마시면서 포만감과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반쪽이와 내가 둘 다 완국 하고 김치도 순삭하고 찍은 사진. 증거샷.
 
가끔씩 국수가 생각날 때, 무조건 또 갈 집이다.
먹고 나서 밀가루인데도 부담이 없고 소화도 잘되는데 입맛 당기는 칼국수 계의 최강자 찐맛집이었다.
 
비 오는 날에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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