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쪽이는 고기맛에는 엄격한 편이다. 그만큼 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미각이 살아 있어서, 고기의 맛에는 미식가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나는 고기라면 정말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외에는 다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엔간한 고깃집에서 먹어도 만족스럽게 먹고 나오는데, 반쪽이는 맛이 입에 맞지 않으면 몇 점 먹고는 안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다 먹고 반쪽이는 배가 고픈 경우가 많아서 반쪽이도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을 찾아 늘 새롭게 시도하곤 한다. 그런데 아직까진 영종도에서 반쪽이의 마음에 그렇게 든 고깃집을 찾을 수 없었다. 고기가 주기적으로 먹고 싶은 우리는 그래서 이번에도 여러 리뷰를 읽어보고는 찾아낸 영종도 하늘도시에 있는 고깃집, '돼지만'을 방문하게 됐다.
예전에는 고깃집에 갈 때 별생각 없이 가곤 했는데, 이제는 가보고 반쪽이가 어떤 평을 내릴지 궁금함이 더 크다. 꼭 둘 다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단골 고깃집을 하나 찾고 싶다.


핸드폰 빛 번짐 때문인지, 음식점이 금빛으로 빛나보이는 효과가 사진에 입혀져 버렸다. 다른 고깃집들에 비해 약간 외진 곳에 있었는데도 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일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북적거려서 들어가면서부터 약간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시끌벅적한 고깃집들은 다들 이렇긴 하다.
인기가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정말 맛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분이 빠르게 세팅을 해 주었다.



첫 주문으로 3인분 주문하면 시골촌된장을 서비스로 준다고 하는데, 일단 고기 맛을 보고 추가 주문을 하려고 2인분만 주문했다. 고기 종류별로 1인분씩 주문하고 싶었는데, 그건 불가능하고 2인분 이상일 때만 다른 부위를 1인분 주문할 수 있다.
목살이 먹고 싶다는 반쪽이의 의견을 반영해서 목살 2인분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찌개에 밥이 기본적으로 나오지는 않아서 밥도 따로 하나 주문하고 고기엔 소주 한병도!


고기를 주문하자 기본적인 상차림이 나왔다. 묵은지와 명이나물과 고추장아찌, 파김치가 나왔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엄청난 김치 맛집이다. 반찬이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콩나물 무침이 매콤하면서도 많이 달진 않은데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 맛있어서 냉면을 시키게 됐다.
비빔국수 같은 게 있으면, 이런 양념이라면 정말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물냉면을 좋아해서 갑자기 물냉면 시킴.


하나는 고기 굽는 용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슨 용도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두 개의 화로가 테이블에 있었다.
김치찌개를 주문한 우리는 김치찌개를 다른 화로에 놓고 끓여 먹는 건지 알았는데, 보니까 그렇지도 않았다.
아직도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고기 3인분 이상 주문하면 나오는 시골촌된장에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두툼한 고기 한덩이가 맛있어 보였는데, 칼집이 많이 나있었다.
종업원분이 고기를 구워주었는데, 육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왜 이렇게 고기를 자주 뒤집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칼집을 내는 건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빨리 익게 하려고 하는 거 같긴 한데, 맛이 궁금했다.


드디어 고기가 다 익었다. 사실, 약간 덜 익은 것 같았는데, 다 됐다면서 종업원 분이 가버리셔서 약간 더 구워서 먹었다.
나는 입에 넣자 육즙은 덜하지만 고소하고 바삭하게 겉면이 익은 목살이 맛있었다. 그런데 내 반쪽이는 표정이 오묘했다. 맛있으면 박수를 치는 반쪽이가 별 반응이 없어서 이번에도 고깃집 선택 실패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나마 명이나물에 고기를 싸 먹으니까 훨씬 맛있었다. 고소한 고기와 잘 어울리는 굉장히 맛있게 만든 명이나물의 맛과 소스가 고기의 부족한 육즙을 보완해 주면서 시고 단 맛까지 더해주었다. 여러 밑반찬들과 곁들여 먹으면 꽤 먹을만한 고기였다.

나는 묵은지 성애자 수준이다. 원래도 신 김치를 좋아하는데, 쿰쿰한 맛까지 맛있게 더해지는 묵은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한다. 보니까 밑반찬으로 나온 묵은지가 너무 맛있어서 김치찌개를 바로 시켰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고기보다도 맛있었다. 따뜻한 흰 밥에 시큼하면서도 개운한 묵은지 김치찌개를 같이 먹으면 밥이 순삭이었다.
반쪽이도 김치찌개는 인정.
고기도 좋지만 김치찌개 전문점을 해도 좋을 정도이다.

고기엔 여러가지 밑반찬들을 곁들여 먹는 게 맛있었는데,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조합은 목살+고추장아찌+와사비+묵은지다. 확실히 육즙이 부족한 부분들을 이렇게 수분이 많은 반찬들과 곁들여 먹으면 보완이 되는 거다.
나는 고기와 와사비를 함께 먹는 걸 좋아하는데,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독특한 톡 쏘는 매콤한 상큼함을 좋아한다.

물냉면은 차라리 양념을 따로 줬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단 양념장이 같이 들어가서 전체적으로 너무 달았다.
국물만 따로 먹으면 그렇게 달지 않고 딱 맛있는 것 같았는데, 양념장은 너무 설탕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달았다.
면도 내가 좋아하는 얇은 면은 아니었다. 나는 굉장히 얇아서 야들야들하고 후룩 넘어가는 냉면을 좋아한다.
냉면은 다음에 또 먹게 될 것 같진 않지만 만약 주문한다면 양념장을 따로 달라고 하거나 아예 빼달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목살에 그닥 만족스럽지 않아 하는 반쪽이를 위해 주문한 삼겹살.
똑같이 칼집이 나있고 굉장히 얇게 잘라주신다.
언뜻 보면 벌집피자 같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칼집은 소고기에만 내야겠다는 것과 나는 칼집 낸 돼지고기는 그다지 입맛에 안 맞다는 거다.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반쪽이는 더욱더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가 이미 둘 다 배가 많이 불렀기에, 조금 남겼다.
리뷰를 보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약간은 실망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나는 적당히 맛있게 무난하게 먹었지만, 반쪽이가 김치찌개만 많이 먹어서 약간 아쉽다.
내 생각엔 칼집을 안 내고 차라리 고기를 약간 더 두툼하게 구워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치찌개는 손에 꼽게 맛있는 집이었다.
고기의 맛에 대해 많이 민감하지 않으면서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즐기고 싶으면 '돼지만' 추천한다.
'음식점 소개 Restaura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남구 풍자 또간집으로 선정된 곳에서 먹은 평양 냉면 후기 ㅡ 광평 (1) | 2024.02.01 |
---|---|
영종도 짬뽕만 세계 최강 맛집 ㅡ 보배반점 (2) | 2024.01.24 |
대구 풍자 또간집 찜닭 얼큰한 국물 세상 찐 맛집 ㅡ 고인돌 (2) | 2024.01.16 |
김포공항 살살녹는 돈가스 맛집 ㅡ 호시카츠 (0) | 2024.01.15 |
강동구 길동 기본에 충실한 마제소바 수요미식회 맛집 ㅡ 멘야세븐 (2) | 2024.01.14 |